안녕하세요, 공간을 연구하는 조경 전공자 류학생입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수채화풍의 독특한 그래픽으로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구현한 인디게임 Gris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Gris 속 세상에서 슬픔, 분노, 희망 등의 감정은 과연 어떤 독특한 공간으로 표현될까요?
(✻ 구체적인 게임 공략은 없으나, 스토리와 스킬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으므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1. Gris 간단 소개 ✔️
Gris는 2018년에 출시된 인디게임으로, 스페인 개발사 Nomada Studio에서 제작하였습니다. 이 게임은 주인공인 Gris라는 여성의 감정 여정을 다루고 있으며, 각 레벨은 그녀의 감정 상태를 반영한 다양한 색상과 테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게임은 주로 퍼즐과 플랫폼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플레이어는 Gris가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기 위해 여러 공간을 탐험하게 됩니다.
Apple Arcade를 구독하면 Gris+를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고, 스팀에서는 16,5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2. Gris 게임 속 공간 연출 특징 🔍
Gris의 공간 연출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 레벨은 독특한 색감과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플레이어는 이러한 공간을 탐험하면서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스테이지는 회색에서 시작하여, 점차 다양한 색상이 더해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색상 변화는 Gris의 감정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플레이어는 그 감정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1) 공간의 배경
Gris 속 공간은 주인공의 내면세계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 🗿 동일한 여성의 석상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게임을 진행할수록 석상이 표현하는 감정이 변함
- 🌱 현실과는 다른 형태의 동식물와 물리법칙을 관찰 가능
- 🪂 새로운 스테이지를 갈 때는 항상 아래로 낙하해야 함 = 내면으로의 탐험을 시사
2) 공간의 요소
🗿여자 석상 = 본인, 또는 주인공의 주인
- Gris와의 크기 차이가 엄청난데, 때문에 주인공의 주인 또는 신 같은 존재임을 알 수 있음
- 갈라짐의 정도와 제스쳐, 색상을 통해 이 내면세계의 상태를 보여줌
🏔️ 지형 = 감정 기복
- 게임 초반에는 힘겨울 정도로 가파른 계단, 산, 절벽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
-> 주인공이 겪는 감정 기복이 급격함을 표현
🌈 되찾아가는 색상 = 번아웃, 우울감의 극복
- 스테이지를 클리어 할 때마다 새로운 색상을 되찾음
- 색상마다 대표하는 감정이 있으며, 되찾을 때마다 생태계가 추가되며 세계가 다채로워짐
🐦⬛ 거대 동물 = 방어 기제, 두려움
- 주인공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음
- 괴성을 지르며 주인공을 공격하지만, 그 모습이 두려워서 소리 지르는 모습과도 닮았음
3) 이동과 상호작용
평면적 매력을 살리는
횡스크롤 + 플랫폼 어드벤쳐 🕹️
횡스크롤 게임은 좌우로만 움질일 수 있는 게임, 플랫폼 게임은 공중에 발판이 있어 이를 밟고 수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게임을 뜻합니다. (예: 슈퍼마리오, 쿠키런) 움직임과 시야가 평면적이고, 게임 진행을 위해서는 올바른 진로로 나아가야만 하여 플레이어의 자유를 제안한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Gris에서는 이러한 게임 형식 기하학적인 일러스트풍 그래픽과 만나 오히려 긍정적인 시너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단조로움을 보완하는 연출 🌟
- 중요한 순간에 화면 프레임을 좁힘으로써 시선을 집중시킴
- 횡스크롤로 이동함에 따라 음악에 변화를 줌
- 위화감 없는 지형지물을 이용해 플레이어의 진로를 막음 (게임의 자유도가 높은 것처럼 착시효과를 줌)
상호작용 / 스킬 ⚔️
- 별 모으기 ⭐️
- 별을 모으면 낭떠러지를 건너갈 수 있는 다리로 변함
- 스테이지마다 별을 전부 모으면 새로운 스킬 획득
- 흔한 장치이지만 이를 별/별자리와 같은 서정적인 이미지로 표현하여 신선함을 줌
- 스킬 ⚔️ (무거워지기 / 이단점프 / 수영 / 노래 부르기)
- 각 스테이지의 진행을 돕는 스킬이나, 다른 스테이지에서도 창의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
- 스킬을 얻음에 따라 기존에는 나아가지 못했던 구간을 통과할 수 있게 됨 (주인공의 내적 성장 암시)
3. 우울한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
게임의 가장 첫 장면에서 Gris는 자신의 주인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주인의 석상이 무너지면서 함께 좌절에 빠지고,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되지요. 저는 이 모습이 번아웃으로 인해 사랑하던 일에서조차 아무런 보람이나 의욕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과 닮아있다고 느꼈습니다. 노래와 함께 무너진 세계는 황무지처럼 메말라 있죠. 게임을 플레이하던 당시 저도 비슷하게 소진되어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그 모습에 깊이 공감이 갔습니다. 모험을 통해 감정을 하나하나 회복하고, Gris의 세계가 풍성하고 아름다워질 때마다 저도 같이 위로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당신은 이토록 아름다운 사람이니, 사랑하고 아껴주자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단순히 그래픽이 예뻐서 각광받는 게임에는 의심이 많은 편이었는데, 이 게임은 미적인 연출로 정말로 심리적인 호소력을 발휘했다고 느꼈습니다. 마음이 지쳤을 때, 밖에 나가는 것조차 피로한 분들에게 이 게임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