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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에서 공유한 연말결산 캘린더대로 하루에 1개씩 포스팅을 이어나가고 있다.
마음에 드는 목표와 마음에 드는 성취
작년 8월부터 올해는 내가 정말로 원하는 목표를 위해 달린 시간이었다.
원하는 대학원에 들어가는 것, 그렇게 해서 베이징에 가는 것.
따지고 보면 구체적인 목표는 아니지만, 흔들리지 않고 추구한 '단단한' 목표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공부과 대입 준비, 여타 자잘한 목표들은 나의 온전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목표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채 쫓았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학을 가면 정확히 뭘 배우게 되고, 어떤 생활이 펼쳐지는지 몰랐다. 일단 좋다니까 가보는 것이었다. 그 외 자잘한 목표는 호기심과 성취욕 때문에 했을 뿐, 정확히 내가 무엇을 얻을지 모르고 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목표 너머의 그림이 꽤나 명확했다. 어학연수로 미리 가고 싶은 대학원이 있는 대학원에서 기숙생활을 해보았고, 그곳에 어떤 사람과 기회가 있는지 몸과 마음으로 느꼈다. 그리고 진심으로 보람차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더 배우고, 더 생활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간절하고 능동적인 목표가 생겼다.
나는 목표를 만드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이었다. 무언가를 추구하는 일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여겼다. 안 그래도 성취지향적인 성격을 가진 나이기에, 자칫 속된 목표를 세우고 공허한 삶을 살기 쉬우리라 생각했다. 지금 이 티스토리 블로그만 해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작해놓고서 다른 일을 제쳐두고 매일 강박적으로 포스트를 업로드한다. 딱히 부수입이 급한 상황도 아닌데, 그냥 글과 조회수가 쌓이는 것 자체에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영혼까지 팔 기세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털어 쓰고 싶은 충동이 든다. 이런 성향 때문에 나는 스스로에게 쉽게 '목적지'나 '목표'를 허락하지 않아왔다. 그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살면서 순간순간의 직관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운명을 따르며 살고자 했다. 헌데, 갑자기 작년에 생긴 '대학원'이라는 목표는 조금 달랐다. 다른 목표를 세울 때와 마찬가지로 '득이 되는 것'을 추구하는 마음은 똑같이 품었지만, '득'의 종류가 내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하고 충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취'라는 목표를 통해서 얻고 싶은 '득'은 '타인보다 고지를 점하는 것', '뒤쳐지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일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대학원을 가는 것의 '득'은 '시야를 넓히고 언어를 익힘으로서 더 큰 자유를 얻는 것', '흥미롭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설계가로서 다양한 영감의 재료를 수집하는 것' 등 이다. 이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과 맞닿아 있다. 자유, 창조와 나눔의 기쁨.
마음 놓고 쫓아도 되는 목표가 생긴 것은, 스무해 남짓하는 인생에서 처음이었던 것 같다. 명확한 목표가 있는 일상은 훨씬 추진력이 있을 뿐 아니라 편안했다. 한참 진로를 고민하는 대학교 3-4학년 시기에 덜 갈팡질팡하고 불안해 할 수 있었다. 다만 목표가 너무 간절한 나머지, 준비 과정에서 오는 압박감도 대단해 울기도 많이 울었다. 졸업작품도 하고, 어학시험도 준비하고, 중간에 어학연수도 한 번 더 다녀오고... 여러 일정 사이에서 자꾸만 계획이 무너져 자주 자책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득, 고생만 한 게 아니라 준비과정에서 스스로 이뤄낸 것이 많다는 것을 자각한 순간이 있었다. 특히 이전에는 결심만 해두고 진척이 없었던 영어가,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논문을 술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영어 스피킹도 늘었고, 영어 콘텐츠를 자막없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졸업작품도, 시험 준비도, 입학원서 준비도.. 모두 불확실한 것 투성이었는데, 결국에 스스로 애써서 이만큼 성장했다는 게 신기했다. 너무 뿌듯하고 내 자신이 기특하게 느껴졌다. 잘한다, 잘한다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왔지만 솔직히 빈말이라고 생각하고 감흥을 못 느꼈는데, 이번만큼은 정말 잘 한 것 같다.
계속해서 이렇게 온전히 나를 위한 목표와 기회가 생기고,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