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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공간을 연구하는 조경 전공자 Soulta입니다.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콘텐츠 속에는 '공간'이 숨 쉬고 있습니다. 특히 가상공간은 현실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인지하고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과연 호러와 로맨스를 결합한 Homicipher 속 공간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요?
*디테일한 스토리 스포일러는 없으나, 게임의 신선함을 경험하고 싶다면 직접 플레이하고 오시기를 추천합니다.*
<목차>
1. Homicipher 간단 소개
- Homicipher를 구매한 이유
- 실제 플레이 감상
2. Homicipher 속 공간 탐험하기
1) 공간의 배경
2) 공간 속 요소
3) 이동과 상호작용
4) 언어 습득과 공간 이해
3. 그래서 어떻게 공포+로맨스가 가능해?
1. Homicipher 간단 소개
Homicipher는 다중 엔딩이 존재하는 공포/로맨스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이세계에 떨어진 여학생 되어, 원래 세계로의 탈출구를 찾아나가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진부하지만, 무려 귀신들의 언어를 배워나가며 탈출의 힌트를 얻는다는 점이 재미요소입니다.
- 🖱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장르
- 💞 이세계 공간을 배경으로 한 공포/로맨스 크로스오버
- 👻 귀신들과의 소통이 주요 게임플레이
- 🗨 귀신 언어 해독을 통한 탈출 퍼즐 요소
- 🇯🇵 일본 제작사
스팀에서 약 1만 5천 원 정도 가격에 판매되고 있고, 모든 엔딩을 보는데 약 8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이 필요합니다.
난이도는 그다지 어렵지 않고 갑툭튀가 좀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연애 게임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그다지 무섭진 않습니다.
Homicipher를 구매한 이유
💓 이게 연애게임이라고?
이 게임의 첫인상은 그냥 공포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차마 '연애 게임'인 줄은 몰랐는데요... 대체 공포 게임 속에서 어떻게 연애적 요소를 녹여내는지 궁금해서 구매하게 됐습니다. '모든 귀신들의 얼굴이 수상할 정도로 v라인이다'라는 코멘트를 보고 웃겼던 것도 있습니다.
🗣 외국어 배우기를 좋아해서...
언어 공부 자체를 좋아하기에, 언어를 추측해서 게임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신박하고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과연 귀신의 세계 속 언어는 어떤 모습일까? 언어 습득 과정이 공간 경험에 미치는 영향 또한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실제 플레이 감상
⭐⭐⭐⭐ (4.0/5.0 만점)
실제로 플레이해 보니 이 게임이 단순하면서도 세련되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언어를 습득해 가는 과정을 통해 공포와 연애 요소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많은 B급 공포게임들이 억지스러운 설정(예를 들어, 평범했던 친구가 갑자기 식칼을 들고 쫓아오는 사이코패스로 돌변하는 등)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이 게임은 그런 진부함에서 벗어났더군요. 캐릭터와 스토리라인 모두 대중적인 요소와 창의적인 면모를 균형 있게 담아내어,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경험을 주었습니다.
2. Homicipher 속 공간 탐험하기
본격적으로 Homicipher 속 공간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간접적인 스포일러가 다수 존재합니다. 게임을 먼저 플레이하고 보시길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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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간의 배경 🏢
주인공은 괴담 속 '귀신 아파트'라는 곳에서 갑자기 눈을 뜹니다. '아파트'라는 배경에 걸맞게, 게임에서 등장하는 모든 장소는 실내입니다. 방과 방, 복도와 복도 사이를 이동하다 보면 귀신을 한 명씩 마주치게 됩니다. 그 귀신과 대화하며 언어를 학습할 수 있는 약간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맵의 규모는 아파트 한 채 정도로 추정되며, 헤매다 보면 비슷한 맵으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 배경: 이세계-귀신아파트, 현실세계의 지하에 존재
- 분위기: 조용함 / 어두움 / 낡음 / 폐허
- 공간의 규칙:
- 일정 시간마다 지진이 일어나며 맵의 구조가 바뀜 (방의 모습은 그대로지만 길이 바뀜)
- 너무 오래 머물면 평범한 인간도 귀신화됨
- 각 귀신마다 자신의 구역이 있음
- 공간의 규모와 구조가 때때로 비현실적임
- 생태계:
- 먹을 것이 딱히 없음
- 이곳에 떨어진 인간을 잡아먹거나, 귀신의 빠른 신체재생능력을 활용해 서로를 먹을 수 있음
- 현실세계의 물건이나 잔해가 가끔씩 위에서 떨어짐
3) 공간 속 요소
- 📺 다양한 물건: 괴담에 등장할 법한 소품들이 많이 등장 (오래된 TV, 버스정류장, 버려진 우산, 에나멜 인형 등)
- 👻 귀신: 괴담 속 귀신이나 처녀귀신과 같이 친숙한 모티브의 디자인이 많음
- 🦑 괴물: 귀신보다 지능이 떨어지는 존재. 미믹, 크라켄 같은 느낌의 디자인
- ☎ 전화기: 주인공이 가는 곳마다 소름 끼치게 한 번씩 울림. 조력자, 또는 현실세계와 연결되는 창구로 보임
이 게임은 마치 여러 괴담의 종합 선물세트처럼, 어디선가 본 듯한 친숙한 소품과 인물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았습니다. 마치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괴담의 실제 근원지가 바로 이 귀신 아파트라고 말하는 듯하죠.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동서양 공포 요소의 절묘한 조화입니다. 귀신들의 외형은 동양의 전통적인 괴담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그들의 상처 재생 능력과 저하된 지능은 서양의 좀비를 연상시킵니다. 여기에 미믹이나 크라켄 같은 서양 판타지의 괴물들까지 등장하여, 여러 문화권의 플레이어들이 각자 친숙한 공포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4) 이동과 상호작용
🖱 제한된 움직임,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는 마우스 클릭으로만 모든 상호작용과 이동이 이루어지는 게임 장르입니다. 어떤 게임들은 마우스로 캐릭터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과 달리, 이 장르는 정지된 화면 속 몇 가지 상호작용 가능한 요소들을 클릭하며 진행됩니다. 또한 3차원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대신, 마치 슬라이드쇼처럼 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 전환되며 이동이 이루어집니다. 어떻게 보면 플레이어에게 경직된 방식의 움직임만을 허락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성상 괴물이나 귀신으로부터 도망칠 때 순발력이나 컨트롤 능력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플레이어의 각 선택과 이동이 주인공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어, 더욱 신중한 판단이 요구됩니다. 게임 진행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클릭을 해야 하는데, 이때 공포 요소가 등장할 확률이 자유 이동이 가능한 게임들보다 훨씬 높습니다. Homicipher는 이러한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연출 기법들을 활용했습니다.
- 거칠고 빠른 시야 이동 (+놀라는 목소리 효과음)
- 클릭 즉시 시야가 빠르게 이동하여, 귀신이나 공포 요소를 마주하도록 합니다. 소위 말하는 갑툭튀 효과를 주는 것이죠.
- 이동시 어둠 속을 걷는 듯한 페이드 아웃
- 다음 공간이 어떤 모습일지 예상할 수 없도록 완벽히 어둠 속을 걸어서 이동하게 만듭니다.
- 일반적인 페이드아웃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일부러 맵에서 통로로 해당하는 부분을 어둡게 표현하여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공포가 존재하며, 각각의 공포는 서로 다른 원인에서 비롯됩니다. Homicipher는 이러한 공포의 요소들, 특히 제한된 시야로 인한 불안감,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위험을 감지하면서도 전진해야만 하는 긴장감을 게임의 이동 시스템에 효과적으로 녹여냈습니다.
5) 언어 습득과 공간 이해 🗨
플레이어는 귀신과의 대화에서 특정 단어들을 클릭하고, 그 의미를 추측해 직접 타이핑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에 '타이핑'이라는 새로운 조작법을 더한 것이지만, 핵심은 타이핑 자체가 아닌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해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어떻게 난생처음 접하는 언어를 하나씩 배워 소통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렇게 배운 언어는 공포게임 속 상황을 헤쳐나가는데 어떻게 도움이 될까요?
<언어 습득 방법>
- 👻 각 귀신 캐릭터의 특성 파악
각 귀신마다 핵심 욕구(?) 같은 게 있습니다. 예쁜 걸 좋아하는 놈이 있고, 재밌는 걸 추구하는 놈이 있고, 싸우는 걸 좋아하는 놈이 있는 식... 각 귀신의 특성을 파악하고 나면, 그 귀신이 어떤 말을 했을지 추측하는 것도 더 쉬워집니다. - 📺 공간 속 소품을 활용
공간에 놓여 있는 물건의 개수나 크기, 위치, 용도 등을 활용해서 기초적인 언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 💀 플레이어의 실패
잘못된 선택으로 죽거나 실패하는 과정에서 주위 귀신이 당부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언어의 역할>
-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대처
이 게임이 제한된 시야에서 오는 공포를 이용한 만큼, 언어는 제한된 시야 너머의 공간과 위험들에 대처할 수 있는 도구가 됩니다. 눈에 보이는 소품이나 공간은 언어 없이도 클릭하며 탐색할 수 있지만, 가보지 않은 장소나 어둠 속에 숨겨진 것들은 오직 추상적인 언어를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프랑스를 직접 가보지 않고도 누군가의 말을 통해 프랑스를 이해할 수 있듯이, 언어는 공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도구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 ❗이세계 및 그 주민들에 대한 이해
처음에는 언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세계의 주민들이 단순히 괴물이나 귀신으로만 보여 공포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점차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면서 그들의 진짜 의도가 악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인간이 미지의 것에 공포를 느끼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해할 수 있는 도구를 얻고 정보가 쌓이면서 그 두려움이 잦아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저는 무척 약심장임에도 무난하게 이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었습니다.
3. 그래서 어떻게 공포+로맨스가 가능해? 🙈
로맨스 만화나 청춘물에서 자주 보이는 장면이 있죠. 서로 관심 있는 두 사람이 귀신의 집이나 공포 체험에 함께 간다던지... Homicipher는 이런 익숙한 설정을 독특하게 비틀었습니다. 으스스한 공간에 홀로 떨어져 두려움을 느낄 때, 훤칠하고 멋진 존재들이 나타나 도움을 주는데... 그들이 다름 아닌 귀신이라는 거죠. 무서운 공간을 혼자 탐험해야 하는 막막함은 줄어들고, 오히려 그들에게 의지하고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인간과 인간이 아닌, 인간과 귀신 사이의 로맨스로 이를 풀어낸 점이 이 게임의 참신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는 공포스러운 공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 로맨스를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는 효과적인 설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Homicipher의 공간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게임은 익숙한 공포 요소들을 독특한 로맨스로 재해석하면서, 공포 게임임에도 귀신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을 달래주는 특별한 매력을 보여줍니다. 마치 '너무 무서워하지 마세요, 사실 귀신들도 우리처럼 이해할 수 있는 존재랍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게임이었죠. 이런 독특한 접근방식을 택한 제작사의 의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에도 흥미로운 공간과 그 기획 의도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