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청의 <역행자> 리뷰: 돈을 미끼로 한 행복론
자청의 <역행자>라는 책을 읽어볼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경제적 자유'를 얻는 구체적인 단계를 설명해 주겠다니, 너무 수상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 책에 경제적인 자유를 얻는 법이 적혀 있냐고 묻는다면, 적혀 있긴 하다. 확장판의 부록에는 실제로 사업 아이템도 몇 개 소개해준다. 하지만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만약 내가 행복에 대한 책을 썼다면 사람들이 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돈이라는 주제를 미끼로 행복해지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책을 다 읽기 전에 이 문구부터 보았다면 '역시 낚시였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말미 즈음에 이 문구를 보고 조금 감동을 받았다. 말 그대로 나도 '돈'이라는 미끼에 낚여 이 책을 읽었지만, '돈'에 대해 부정적인 관념을 덜어냄과 동시에 살면서 품고 있었던 꽤 많은 의문이 풀렸다.
1. 첫인상: 게임 공략집 같은 자기계발서 👾
우선 저자인 자청에 대해서는 지나가듯 이름만 들어봤었다. 논란이 있다는 것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더 알아볼 정성도 없었다. 그냥 이 사람에 대한 별 배경지식 없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특이하게도 내용이 꼭 남성향 웹소설처럼 전개되었다.
"최하위 찐따였던 내가 이제는 미친듯이 잘 나가는 사업가?"
이런 식의 도입부로 시작하는 저자는 게임에만 빠져지내며 패배감에 젖어 살다가 우연히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달라진 삶의 여정을 소개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 과정에서 찾아낸 '인생'이란 게임의 공략들을 공유한다. '순리자'와 '역행자', '유전자 오작동', '뇌 최적화' 등의 용어는 마치 게임 속 개념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네이밍도 그렇고 중간중간 저자에게 감사를 표하러 돌아온 성공한 추종자들을 언급할 때마다 솔직히 오글거림을 견디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계속 읽었던 이유는 저자가 '패배자' 인식에서 벗어나 책에서 배운 것을 실천하고,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2. 책의 핵심: 독서를 통한 성장 📚
<역행자>는 인생이라는 게임을 아래 7단계에 따라 공략해 나가라고 조언한다. 단계별로 이름이 화려한데, 사실 이름만 보면 뭘 하라는 건지 헷갈리니 오른쪽 칸에 요약한 내용을 참고하길 바란다.
🌈 역행자의 7단계 요약
역행자의 7단계 | 요약 |
1단계: 자의식 해체 | 사람들은 자의식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가 있다. (예: 나는 안 될 거야, 경제적 자유라는 건 없어.) 이런 방어기제를 해제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 안 좋은 처지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책을 읽어라. 독서를 하면 그속의 경험을 직접 하는 것처럼 뇌과 활성화 되어서 동화된다. 읽는 것만으로도 용기와 자기확신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
2단계: 정체성 만들기 |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에 맞는 정체성을 만들고, 그에 맞는 단체에 소속돼라. 스스로를 디자이너라 생각하는 사람은 모든 문제를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게 된다. 또한 디자이너의 무리 안에 있으면 더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 고민하게 된다. → 정체성을 만들고 싶은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어라. 그리고 관련인들을 만날 수 있는 모임에 참여해라. |
3단계: 유전자 오작동 극복 | 사람들은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 원시적 유전적 특성을 갖고 있다. (예: 하던 일만 하고 싶은 것, 뒤쳐지는게 극도로 불안한 것 등) 현대 사회에서는 이걸 극복해야 성공할 수 있다. → <클루지> 등, 진화심리학이나 유전자 오류에 대한 책을 읽고 자신의 심리상태를 이해하라. |
4단계: 뇌 최적화 | 사업의 영감, 좋은 판단력을 얻기 위해서는 결국 똑똑해져야 한다. → 꾸준히 독서와 글쓰기를 하라. 7시간 수면과 운동도 꼭 하라. |
5단계: 역행자의 지식 습득 | → 이전 단계를 마쳤다면, 인생을 포커처럼 생각하고 냉정하게 확률에 배팅하자. 예를들어 55%의 승률이 있는 상황이라면 그냥 베팅(도전)하라. → 받기만 하는 사람, 받는만큼 돌려주는 사람이 되지 말자. 누군가에 의해 득을 봤다면 확실히보답하는 기버(Giver)가 되자. → 장인처럼 하나의 기술만 연마하는 것이 아니라, 3-5개의 B급의 기술을 습득하자. 하나 하나는 보잘것 없어보여도, 그것들의 조합이 당신을 유일무이한 인력으로 만들어준다. → 메타인지를 높이자. 독서를 한 뒤 실행을 하여 시행착오를 겪음으로써 자신의 현재 수준을 파악하고 발전하자. |
6단계: 경제적 자유 획득 | → 사업 = 남을 편하게/행복하게 해주는 것 → 사업을 할 때는 항상 문제가 생긴다. 결국 문제해결력이 뛰어난 사람이 성공적인 사업을 한다. → 경제적 자유라는 성을 함락하기 위해서는 자동 수익이 필요하다. →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 그리 많은 투자는 필요 없다. 사업을 하려는 분야의 책 20권, 적절한 마케팅만 있으면 된다. 이런 노력과 실천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
7단계: 역행자의 쳇바퀴 | 저자가 제시하는 <역행자> 성공사례, 사업 아이디어 |
7단계로 나눠서 경제적 자유를 얻는 법을 말하고 있지만, 모든 단계에 걸쳐 반복 강조되는 부분이 바로 독서📚다. 요즘 경제 인플루언서들이 입모아 주창하는 것도 바로 독서다. 유튜브와 함께 동영상의 시대로 접어든 지 벌써 10년은 됐는데도 말이다. 뿐만 아니라 이젠 AI, 전자책 등 아날로그 한 종이책을 대체할 것들이 많다. 나도 처음에는 전염병처럼 퍼진 책에 대한 집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역행자>를 읽으며 드디어 그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책을 읽을 때 단순히 정보만 얻는 게 아니라, 책 속의 경험을 꼭 자신이 실제로 하는 것처럼 뇌🧠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점을 통해 책을 '정체성'과 '자기 확신'을 만드는 데 사용하라고 한다. 예를 들어 사업가가 되고 싶다면, 사업가가 쓴 사업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다. 그러면 약간씩 정체성이 동화된다. 특히 불우한 상황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읽으면 패배감과 자기 의심이 줄어들고, 자신감이 조금씩 생긴다는 이야기다.
또한 <역행자>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는 것이 복리처럼 쌓여 통찰력과 지능을 엄청나게 늘려준다고 말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초등학생 시절 이후로는 책을 별로 읽지 않았는데, 초등학생 때 읽은 800권의 책 덕에 아직도 유식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800권이긴 하지만 그마저도 동화와 청소년 소설, WHY책이었다. 그럼에도 실제로 그것이 자산이 되었는지, 또래보다 어휘력이 좋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한편으론 나보다 책을 훨씬 많이 읽고 살아온 친구들 몇 명이 떠오른다. 고등학교까지는 서로 엇비슷해 보였지만, 어느새 성취하는 속도와 방향에 있어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고, 대화하면 나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 세상을 관망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물론 이것이 반드시 독서 유무의 차이인지는 불명확하지만, 다른 환경차를 탓하는 것보다는 독서를 조금씩 더 해보는 게 더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 것 같다.👍🏻
3. 삶에 대한 몇 가지 의문이 풀리다 🔍
<역행자>를 읽고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던 몇 가지 답을 얻었다. 특히 내 인생을 고통에 빠뜨리는 몇 가지 의문들에 대해서 말이다.
1. 왜 자기보호 욕구가 역으로 종종 나를 파멸로 이끌까?
우리는 종종 힘든 일을 미루거나 도전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욕구는 처음에는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결국 성과를 얻지 못하게 되고, 심지어 죄책감이나 우울증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타인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자아상은 우리의 건강과 자존감을 해칠 수 있다. 예를 들어,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거나 원치 않는 문화에 동조하는 경우 말이다.
<역행자>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유전자 오작동 🧬' 또는 '클루지'라고 설명한다. 과거 인류는 새로운 지역을 탐험하거나 불필요한 도전을 시도할 경우 생존 확률이 낮아졌다. 그래서 도전을 두려워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큰 생명의 위협이 없고,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러나 여전히 과거의 본능에 갇혀 있는 우리는 의도치 않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개리 마커스의 <클루지>처럼 진화심리학과 관련된 책을 읽고, 자신의 행동이 유전자 오작동인지 자각하는 순간들을 늘려볼 것을 권한다. 결론적으로 유전자 오작동을 극복해야 돈을 버는 데에도 도전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2. 돈은 악한가?
돈과 얽힌 이야기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돈을 위해 영혼을 판 것 같은 인간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살아가며 자주 접한다. 그렇기 때문에 돈에 너무 연연하거나 관심을 두면 부정적인 시선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나 또한 돈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죄책감을 안고 있었고, 이것이 경제 활동에 다가가는 마음의 벽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역행자>를 읽고 나서, 조금 더 단순하고 편안하게 돈과 사업에 대해 접근해 볼 수 있었다. 생존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돈이 필요하고, 자유를 얻기 위해서 돈을 벌 방법을 이리저리 강구해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책을 시작으로 돈에 대한 좀 더 다양한 정보와 도서를 접해보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