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학과 생활

경희대 환조디 재학생의 학과 생활 ❷ – 조경학과의 핵심 과정, 설계 스튜디오 수업이란?

류학생 2025. 2. 2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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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학과의 핵심 과정, 
설계 스튜디오 수업이란? 🌿


설계 스튜디오 수업은 조경학과의 핵심적인 교육 과정으로,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특정한 조경 공간을 설계하는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이에요.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에서는 보통 2학년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들을 수 있어요. 본격적으로 설계의 전 과정(엄밀히 말하면 실시설계 이전까지의 과정)을 경험해 보는 수업이자, 그전까지 배운 이론과 디자인 툴을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

이번 포스트에서는 설계 스튜디오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소개할게요. 특히 조경학과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게 되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번 글을 추천해요. 

 


 

 

1. 설계 스튜디오 수업의 특징 🛠️


이 수업에서 강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요. 대신 매주 팀과 함께 업치락 뒤치락 회의와 설계 작업을 한 뒤, 교수님에게 크리틱을 받습니다. 크리틱은 직역하면 '비평'이지만, 간단히 말하면 지난 한 주간의 진행상황을 보고하고, 진행된 작업까지 교수님의 조언을 받는 것을 말해요. 때로는 강의실에 있는 모두의 앞에서 발표를 한 뒤 크리틱을 받고, 때로는 팀별로 교수님과 따로 크리틱을 받아요. 이러한 스튜디오 수업의 결과물은 주로 ‘설계 판넬’입니다. 설계도면을 포함해 3D 그래픽으로 공간을 구현한 모습설계 대상지에 대한 조사 내용설계에 대한 설명을 하나의 큰 보드에 담아 표현한 걸 말해요. 예시로 저와 팀원이 졸업작품으로 작업했던 패널을 아래에 첨부할게요. ⬇️

조경 설계 판넬 예시 이미지조경설계 판넬의 실물 전시 모습
왼) 판넬 오른) 실물 판넬이 얼마나 큰 지 보여주기 위해 우리 모습과 함께 찍은 사진

 

조경 설계 판넬 중간 제작 과정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에서 판넬을 만드는 과정샷

 
그동안 스튜디오 수업에서 다뤘던 주제 몇 가지를 말해주자면:

  • 아산 병원 녹지 설계
  • 양재화훼단지 리디자인
  • 매헌 시민의 숲 리디자인
  • 등등...

정원 같은 소규모 대상지는 설계 도면 작법 수업에서 주로 다루고, 스튜디오 수업에서는 단지나 좀 큰 공원 규모의 대상지를 많이 다루는 듯 해요.
 
 

 

2.  설계의 프로세스 🏃


하나의 설계 판넬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은 대략 아래와 같아요.
 

1) 설계 대상지 조사

설계 대상지의 물리적 조건뿐만 아니라, 대상지 인근 거주민과 시설, 자연환경 조건, 지형적 조건 등에 대한 조사를 해요. 이 과정에서 주로 현장 답사가 수반돼요.
 

조경 설계 판넬 중 대상지 정보 파트
판넬에서는 이런 부분에 해당된다. 조사를 실제로는 더 많이 하지만, 판넬을 만들 때에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만 보여주게 된다.

 
 

2) 그 외 설계에 필요한 정책, 이슈, 이론 스터디

설계 주제에 따라 다양한 스터디를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토양 오염 정화 공원’이 주제라면, 토양 오염에 관한 조사와 설계 기법, 오염 정화에 활용할 수 있는 대상지의 자연조건 등을 스터디해요. ‘폐공장을 재생한 문화예술공원’이 주제라면 폐건물 활용 규제와, 폐공장 재생 사례 등을 스터디 합니다!
 

조경 설계 판넬 중 이슈 파트
우리의 경우에는 폐교를 활용하는 설계였기 떄문에, 폐교 활용과 관련된 이슈와 현황을 스터디 했다.

 
 

3) 설계 전략 수립

설계를 통해 해결하려는 문제에 따라 3~5가지 정도의 설계 전략을 수립해요. 보통 설계 주제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라면, 설계 전략은 '해당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써 제시돼요.
 

조경 설계 판넬 중 설계 전략 1, 2 파트조경 설계 판넬 중 설계 전략 3 파트
우리는 공간을 이용하는 순서에 따라 경험하게 되는 설계 전략을 표현했다.

 
 

4) 설계 구상과 끝없는 드로잉

사실 설계 전략을 먼저 세우고 설계를 하는 건 아니예요. 종이를 펼쳐 놓고 끝없이 끊임없이 도면 스케치와 구상, 회의를 반복하며 시각화된 공간의 모습을 결정해 나가는 거죠! 이 과정에서 반대로 설계 전략이 나올 때도 있고, 설계 전략에 맞춰 여러 버전의 드로잉을 할 수도 있어요. 때로는 공간감을 보기 위해 모형도 만들어 본답니다.
 

조경 설계 마스터 플랜 구상도조경 설계 버블다이어그램 구상도입체화 해본 조경 설계 마스터 플랜 스케치
끊임없이 그린다... 전통적인 방식은 트레이싱지에 그리는 것이지만, 우리는 아이패드에 많이 그렸다.

 
 

5) 2D 설계 도면 제작

AutoCAD(캐드)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최종 도면을 그립니다. 이후 설계안을 3D로 구현하기 위한 밑작업이에요.
 

캐드 작업 화면 스크린샷

 
 

6) 3D 모델링으로 공간 구현

SketchUp(스케치업), Rhino(라이노)와 같은 3D 그래픽 프로그램을 사용해 캐드에서 그린 도면을 입체로 만듭니다. 캐드에서 그린 도면의 선이 잘 안 맞물려 있거나 깨지는 경우가 종종(사실은 많이) 있는데, 그러면 입체화가 안 됩니다... ^ㅂ^ 바느질을 하듯 한 땀 한 땀 수정하거나 루비라는 것을 잘 활용해서 고쳐줍니다.
 

졸업작품을 만들기 위해 제작한 다양한 스케치업 파일

 
 

7) 렌더링

Rumion(루미온)과 같은 렌더링 프로그램을 사용해 3D 모델에 재질을 입힙니다. 영화로 말하면 CG 파트라고 할 수 있어요.
 

루미온 작업 화면 스크린샷
출처: 루미온 코리아

 
 

8) 이미지샷 찍기

렌더링을 했으면, RPG 게임 캐릭터처럼 구현된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설계에서 가장 돋보여야 하거나, 보기 좋은 구도를 찾습니다. 사진을 찍듯이 적절한 각도와 반경을 찾아 이미지를 추출하면 끝!
 

루미온 이미지샷 추출 화면 스크린샷
출처: Lumion Support

 
 

9) 이미지샷 편집하기

렌더링에서 추출한 이미지샷을 그대로 쓰기보다는, 포토샵 등의 프로그램을 사용해 조금 더 자연스럽고 보기 좋게 편집하는 단계예요. 보통 렌더링에서 가져온 이미지샷은 인위적인 느낌이 들거든요. 빛과 그림자, 필요에 따라 누끼를 딴 사람을 집어넣어요.
 

이건 다른 과제작에서 가져왔다.

 

10) 판넬 레이아웃 만들기

전반적인 설계가 결정되었다면, 판넬의 레이아웃을 짜기 시작합니다. 어떤 내용과 이미지를 어디에 넣을 것인지, 틀을 짜는 단계라고 보면 돼요. 판넬을 보는 사람이 정보를 접하는 순서와 흐름을 우리 설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레이아웃을 찾는 과정이에요.
 

조경 설계 판넬 레이아웃 구상도
테트리스를 하듯 이리저리 배치해본다.

 
 

11) 판넬 다이어그램 만들기

판넬에 도면과 이미지샷, 글만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오산! 판넬의 꽃 다이어그램을 만들 차례입니닷. 아래와 같이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시각화한 것을 다이어그램이라고 해요. 여기서 글은 오히려 다이어그램에 대한 부연 설명으로 들어갑니다. 다이어그램은 형태는 콜라주, 인포그래픽, 추상화된 아이콘 등이 될 수 있으며, 보통... 설계할 때마다 일일이 만들어야 해요.(흑)
 

조경 설계 판넬 다이어그램 예시1조경 설계 판넬 다이어그램 예시2
글이 20%~30%라면 나머지는 다이어그램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12) 판넬에 들어갈 글 작성하기

이제 판넬에 들어갈 설명을 작성해요. 하지만 일반 줄글과는 다르게 최대한 핵심적인 정보를 담도록 짧게 줄이고 또 줄입니다. 한 학기 동안 고민한 설계 내용을 하나의 판넬 안에 담아야 하기 때문!
 

조경 설계 판넬 다이어그램 예시3

 
 

13) 끊임없이 판넬 수정하기

이제 판넬의 여백과 색감, 글, 다이어그램의 크기 등을 끊임없이 조정합니다. 한 번에 모든 내용이 퍼즐처럼 맞춰져 들어가면 좋겠지만, 보통 공간이 부족하거나 남는 등의 문제가 생깁니다.
 

졸업작품을 만들기 위해 제작한 수많은 일러스트레이터 파일 목록

 

쓰고 보니 진짜 많네요. 껄껄. 보통 위와 같은 일들을 2명-4명 정도의 팀원과 끝나지 않는 회의를 거치며 한 학기 동안 하게 됩니다. 분담을 하기는 하지만, 워낙 소규모 인원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과정에서 일을 거들게 돼요. 그리고 위 과정이 순서대로 순조롭게 흘러가는 경우가 거의 없.... 모델링을 했더니 공간의 크기가 이상해서 도면부터 다시 그리는 경우도 허다하고, 종강을 2주 남긴 시점에서야 설계가 확정되어 2주 안에 모델링부터 판넬까지 모두 완성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예술디자인대학교의 불은 새벽이 되어도 꺼지지 않습니다. 팀원은 더 이상 팀원이 아니라 숙식을 함께 하는 가좍이 됩니다😭
 

 

3. 내가 조경을 잘할 수 있을까? 🥸


조경학과에 진학하는 사람들 중 설계에 대한 확신을 가진 경우는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설계에 대한 로망을 갖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까 싶어요. 저 역시 그중 하나였고요. 건축가나 설계가라는 직업은 듣기만 해도 매력적이니까요. 하지만 '후광 효과'라고 해서 직업의 이름이나 이미지만 보고 마음이 끌린 걸 수도 있겠죠.


4년 동안 조경학과를 다녀보니, 실제로 조경학과에 오면 무얼 하게 되는지 미리 알았다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후회돼서 하는 말은 아니고, 그랬다면 설계가 내 적성에 맞을지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이번 포스트를 작성했어요. 조경학과에 진학하게 된다면, 앞서 소개한 설계 스튜디오 수업이 일상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거예요. 팀원들과의 동고동락하는 상황을 견딜 수 있는지, 다양한 컴퓨터 툴을 다뤄야 하는 상황에 흥미가 생기는지 판단해보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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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 달아주시길!
다만, 입시 관련은 잘 몰라 답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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